35개월 아이 차례 기다리기 어려울 때, 아직 서툴러도 자연스러운 이유
놀이터에서 미끄럼틀 앞에 줄을 서 있던 날이었습니다. 아이는 분명 앞에 친구가 있는 걸 보고 있었고, 제가 “지금은 기다리는 거야”라고 말한 것도 들었습니다. 그런데도 막상 자기 차례가 빨리 오지 않자 몸이 앞으로 먼저 나갔고, 결국 친구보다 먼저 올라가려는 모습이 나왔습니다. 저는 순간 “왜 아직도 이게 안 될까?”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집에서도 여러 번 이야기했고, 어린이집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을 텐데 막상 그 순간이 오면 또 기다리기가 어려워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돌이켜보면, 이 시기의 아이는 차례를 “모르는 것”과 “알지만 지키기 어려운 것” 사이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리로는 지금 친구 차례라는 걸 조금씩 이해해도, 막상 눈앞에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그 마음을 멈추는 힘은 아직 충분히 자라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전혀 모르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자세히 보면 잠깐 멈칫하거나 부모 얼굴을 먼저 보는 장면이 함께 보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한동안은 아이가 기다리는 걸 아예 못한다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상황을 반복해서 보다 보니,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날은 먼저 나가려다가도 제 말을 듣고 잠깐 멈췄고, 어떤 날은 금방 실패하더라도 다시 줄 뒤로 가보는 모습도 있었습니다. 그걸 보면서 차례 기다리기는 어느 날 갑자기 되는 능력이 아니라, 아주 짧은 순간부터 조금씩 자라나는 힘이라는 걸 더 분명히 느끼게 됐습니다.
기다리지 못하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배우는 중일 수 있습니다
이 시기 아이는 규칙을 이해하는 힘과 감정을 조절하는 힘이 함께 자라는 과정에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친구 차례야”, “조금만 기다리자” 같은 말을 이해하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건 또 다른 문제일 수 있습니다. 부모가 보기에는 같은 말을 여러 번 했는데 왜 또 안 되는지 답답할 수 있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알아듣는 것과 참고 기다리는 것이 아직 같은 수준으로 자라지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35개월 무렵 차례 기다리기가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하고 싶은 마음은 크고, 눈앞에 재미있는 상황은 바로 보이는데, 그걸 잠시 멈추고 순서를 받아들이는 힘은 아직 연습 중인 단계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줄을 서 있다가도 앞으로 먼저 나가고, 친구 장난감이 눈에 들어오면 자기 차례가 아니어도 손이 먼저 갈 수 있습니다. 이건 부모를 힘들게 하려는 행동이라기보다, 기다리는 기술을 아직 익히는 중인 모습에 더 가깝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왜 아직 이걸 못하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계속 지켜보다 보니, 완전히 모르는 건 아니었습니다. 잠깐이라도 멈춰 서는 순간이 있었고, 실패한 뒤 다시 한 번 해보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그 작은 차이를 보면서 아이가 전혀 못하는 게 아니라, 아주 짧은 순간부터 참고 기다리는 힘을 쌓아가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됐습니다.
중요한 건 지금 당장 완벽하게 기다리는가가 아니라, 기다리려는 흔적이 보이기 시작했는가입니다. 잠깐 멈칫하는지, 부모 말을 듣고 다시 줄 뒤로 가는지, 친구 차례라는 말을 이해하는 반응이 있는지를 같이 보면 훨씬 자연스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흐름이 있다면 아직 서툴러도 충분히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 안에 있다고 이해해도 괜찮습니다.
부모가 기대를 조금만 바꾸면 덜 힘들 수 있습니다
이 시기의 부모가 가장 힘든 이유는, 아이가 “알아듣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분명 말은 이해한 것 같고, 상황도 아는 것 같은데 막상 행동은 그대로여서 더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알면서도 일부러 안 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저 역시 그런 순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아이는 규칙을 거부한다기보다 기다리는 힘이 아직 짧은 상태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기대를 조금 바꾸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됐습니다. “이제는 차례를 완벽하게 지켜야 한다”보다 “아주 잠깐이라도 멈출 수 있으면 그게 시작”이라고 보니 아이를 보는 마음이 덜 흔들렸습니다. 실제로 짧게 기다린 순간을 먼저 보게 되었고, 실패한 장면보다 시도한 장면이 더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것도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았습니다. 긴 설명보다는 짧고 반복적인 말이 더 잘 들어갔습니다.
“지금은 친구 차례.”
“다음은 네 차례.”
“한 번 기다리고 하자.”
이런 식으로 짧고 같은 표현을 반복해주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었습니다. 길게 훈계하면 아이는 이미 다른 자극에 마음이 가 있기 쉬웠고, 오히려 짧고 분명한 말이 상황을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됐습니다.
또 한 가지 도움이 됐던 건, 잘 못한 순간보다 잠깐이라도 기다린 순간을 바로 짚어주는 것이었습니다. 아주 잠깐 멈췄더라도 “기다렸네”, “친구 먼저 봤네”, “다음 차례까지 참았네”처럼 짧게 말해주면 그 장면이 더 또렷해지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아이는 아직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렇게 작은 성공 경험을 반복하면서 기다리는 힘을 쌓아갈 수 있습니다.
35개월 무렵에는 차례를 기다리는 힘이 조금씩 자라나지만, 여전히 자기 차례를 먼저 주장하는 모습도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29개월 아이 규칙 이해하기 글과 함께 보시면 더 잘 연결됩니다.
또 차례 기다리기는 감정 조절과도 깊이 관련이 있습니다. 아이가 기다리는 과정에서 짜증이나 울음이 많다면 34개월 아이 감정 조절 글도 함께 참고해보세요.
아직 서툴러도 괜찮은 이유는 분명합니다
차례 기다리기는 단순히 예의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 조절과 관계 이해, 충동 조절이 함께 필요한 행동입니다. 그러니 이 힘이 한 번에 잘 되지 않는다고 해서 바로 문제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이 시기에는 “못하는 것”보다 “조금씩 해보는 중”이라는 시선이 더 자연스럽습니다.
저는 이 흐름을 보면서 기다림도 결국 발달의 일부라는 걸 느끼게 됐습니다. 처음부터 오래 참는 아이보다, 잠깐 멈추고 다시 실패하고 또 시도하는 아이가 훨씬 많고, 그 과정 안에서 기다리는 힘이 조금씩 자란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지금 차례 기다리기가 완벽하지 않다고 해서 너무 불안해하기보다, 기다림을 배우는 중인 장면들을 먼저 보는 편이 부모에게도 아이에게도 훨씬 덜 힘들었습니다.
결국 이 무렵 차례 기다리기가 어려운 건 나쁜 신호라기보다, 기다리는 기술이 아직 짧고 서툰 상태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중요한 건 그걸 모른다고 보기보다, 배우는 중이라고 보는 시선입니다. 그렇게 보면 부모도 조금 덜 초조해지고, 아이도 같은 상황을 통해 차례를 조금씩 더 자연스럽게 익혀갈 수 있습니다.
다만 간단한 순서나 차례 개념을 반복해서 경험해도 전혀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기다리는 상황마다 매우 강한 불안·분노 반응이 지속된다면 사회적 발달과 감정 조절 측면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상 적응에 어려움이 크다면 전문가와 상담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참고자료>
-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 HealthyChildren.org
- CDC 발달 이정표 자료
*이 글은 아이의 사회성 발달과 기다리는 힘의 변화를 부모 눈높이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한 참고용 글입니다. 실제 육아 경험과 일반적인 발달 흐름을 함께 고려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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