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개월 아이 친구와 자주 부딪힐 때, 사회성 부족보다 먼저 봐야 할 것들
그런데 시간을 두고 보면, 이 시기의 충돌은 무조건 사회성 부족으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자기 생각은 분명해졌는데, 상대와 맞추는 기술은 아직 연습 중인 상태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마찰에 더 가까울 수 있습니다. 하고 싶은 것도 분명하고, 싫은 것도 분명하고, 말로 표현하는 힘도 커졌는데, 그걸 친구와 조율하는 능력은 아직 완전히 자라지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관계가 넓어질수록 부딪히는 장면도 더 눈에 띄게 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40개월 무렵 아이가 친구와 자주 부딪힐 때 어떤 점을 먼저 보면 좋은지, 이 시기의 갈등을 왜 단순히 사회성 부족으로만 보기 어려운지, 부모는 어떤 기준으로 지켜보면 좋을지 차분히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같은 장난감 앞에서 유난히 많이 부딪히는 이유
또래 갈등이 가장 자주 생기는 장면은 생각보다 비슷합니다. 같은 장난감을 동시에 잡고 싶을 때, 자기가 하던 놀이를 누가 끼어들었다고 느낄 때, 차례가 바뀌는 순간, 규칙이 자기 뜻과 다를 때처럼 관계 안에서 경계가 생기는 순간에 충돌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시기 아이는 자기 기준이 꽤 분명합니다. “내가 먼저 했어”, “이건 내 자리야”, “지금은 내가 하고 싶어” 같은 마음이 아주 또렷합니다. 문제는 그 기준이 친구 기준과 다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분명 자기가 맞다고 느끼는데, 친구도 똑같이 자기 쪽이 맞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니 같은 장난감 하나만 두고도 금방 부딪히게 됩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런 장면을 볼 때마다 “왜 양보를 못 하지?”가 먼저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양보를 몰라서라기보다, 자기 기준이 너무 또렷해져서 그걸 내려놓기 어려운 순간에 더 가까워 보였습니다. 전에는 그냥 울고 끝났다면, 이제는 “내가 먼저 했어”, “싫어”, “안 빌려줄래” 같은 말이 붙기 시작합니다. 즉, 갈등이 더 커진 것이 아니라 갈등이 더 분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장난감 앞에서 자주 부딪힌다고 해서 곧바로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관계를 경험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충돌도 함께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관계가 없는 곳에서는 충돌도 잘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기 생각을 말로 세우기 시작한 시기를 함께 보면, 또래와 부딪히는 이유도 조금 다르게 보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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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성 부족보다 먼저 봐야 하는 건 따로 있습니다
부모가 가장 불안한 건 아마 이것일 겁니다. “친구와 자꾸 부딪히면 사회성이 없는 걸까?” 그런데 이 질문에 바로 답하기 전에 먼저 봐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중요한 건 갈등이 생기느냐보다, 갈등이 생겼을 때 아이가 어떤 흐름을 보이는지입니다.
예를 들어 아래 같은 모습이 있다면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친구를 계속 피하기보다 다시 가까이 가려는지
부딪힌 뒤에도 놀이를 이어가려는 마음이 남아 있는지
부모나 교사가 중간에서 도와주면 다시 시도할 수 있는지
매번 같은 방식으로 끝나는지, 조금씩 달라지는지
속상해도 상대를 의식하고 있는지
이런 흐름이 있다면 아이가 관계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관계 안에서 아직 서툴게 배우는 중이라고 보는 편이 더 자연스럽습니다. 저도 아이가 친구와 장난감을 두고 부딪힌 뒤 한참 속상해하다가도, 조금 지나 다시 옆에 가서 같은 놀이를 보려는 모습을 보고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정말 사회성 자체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면 관계를 끊어버렸을 텐데, 실제로는 다시 다가가고 싶어 하는 마음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갈등 장면만 반복해서 보면 부모는 쉽게 불안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충돌이 있다는 사실 하나보다, 그 뒤에 관계를 회복하거나 다시 시도하려는 흐름이 있는지가 훨씬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사회성은 갈등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갈등을 겪으면서 조금씩 배우는 힘에 더 가깝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중간에서 해줄 수 있는 건 해결보다 해석에 가깝습니다
이 시기 부모가 가장 하기 쉬운 건 빨리 옳고 그름을 가르는 것입니다. 누가 먼저 했는지, 누가 잘못했는지, 누가 양보해야 하는지를 바로 정해주고 싶어집니다. 물론 위험한 상황이라면 빠르게 개입해야 하지만, 모든 갈등을 즉시 판정하듯 정리하면 아이는 관계를 배우기보다 누가 맞는지만 기다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제가 느끼기에 이 무렵 부모 역할은 해결사라기보다 해석을 도와주는 사람에 더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네가 먼저 하고 싶었구나”, “친구도 하고 싶었나 보다”, “둘 다 속상했네”처럼 상황을 짧게 풀어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됩니다. 이렇게 하면 아이는 자기 감정만이 아니라 상대 마음도 조금씩 연결해 보게 됩니다. 또 중요한 건 갈등이 생긴 그 자리에서 모든 걸 완벽히 가르치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감정이 이미 올라온 순간에는 긴 설명이 잘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순간에는 안전하게 멈추고, 짧게 상황을 정리하고, 진정된 뒤에 다시 말하는 편이 훨씬 현실적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현장에서 다 해결하려다 더 지쳤는데, 나중에는 “지금은 멈추고, 나중에 다시 말하자”는 기준을 세우고 나서 훨씬 덜 흔들렸습니다.
결국 이 시기 친구와의 충돌은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빨리 내릴 문제라기보다, 관계를 배우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자연스러운 마찰일 수 있습니다.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충돌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아이가 자기 감정과 상대 감정을 조금씩 같이 볼 수 있게 도와주는 것입니다. 그렇게 보면 갈등 장면도 단순한 문제라기보다, 관계를 배우는 연습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HealthyChildren.org
CDC 발달 이정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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