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개월 아이 규칙 있는 놀이 좋아할 때, 지는 경험을 받아들이는 힘도 자라고 있을까

44개월 아이 규칙있는 놀이 관련 사진


처음에는 그냥 게임을 좋아하는 줄 알았습니다. 카드 맞추기, 순서대로 말을 움직이는 놀이, 차례를 기다려야 하는 간단한 보드게임 같은 걸 꺼내면 아이가 꽤 흥미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자기 마음대로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 더 익숙해 보였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규칙이 있는 놀이에도 관심을 보이는 장면이 늘어났습니다. 그래서 부모 입장에서는 “이제 제법 같이 놀 수 있겠구나” 싶은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막상 같이 해보면 또 다른 장면이 보입니다. 자기가 이길 때는 재미있어하는데, 지는 순간 표정이 확 굳거나 게임을 중간에 그만두려고 하기도 하고, “다시 할래”를 강하게 밀어붙이는 날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규칙 있는 놀이를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막상 승부가 걸리면 감정이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 보여 부모도 조금 당황하게 됩니다. 저 역시 비슷한 시기에 아이와 간단한 놀이를 하다가, 규칙은 좋아하는데 지는 건 아직 너무 힘들어한다는 걸 느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시기의 변화는 꽤 흥미롭습니다. 단순히 게임을 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규칙을 받아들이는 힘과 결과를 견디는 힘이 서로 다른 속도로 자라고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44개월 무렵 아이가 규칙 있는 놀이를 좋아하기 시작할 때 어떤 점을 먼저 보면 좋은지, 왜 지는 경험은 아직 힘들 수 있는지, 부모는 어떤 기준으로 반응하면 좋은지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규칙이 있는 놀이가 재미있다는 것과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은 다를 수 있습니다

이 시기 아이들은 규칙 있는 놀이 자체에는 분명한 흥미를 보일 수 있습니다. 차례를 기다리고, 순서를 지키고, 목표를 향해 게임을 이어가는 과정이 예전보다 훨씬 재미있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모는 “이제는 규칙도 이해하고, 같이 게임도 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실제로 함께 해보면, 아이가 좋아하는 건 규칙 그 자체라기보다 게임 안에 들어가는 경험일 수 있습니다.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것, 카드를 뒤집는 것, 말을 움직이는 것, 이기면 기분 좋은 것까지는 좋아하지만, 결과가 자기 뜻과 다를 때 그걸 받아들이는 힘은 아직 별개로 자라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규칙이 있는 놀이를 잘 따라가는 것처럼 보여도, 막상 지는 순간에는 감정이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 부분이 헷갈렸습니다. 규칙을 따라 하고 있으니 이미 많이 자란 것 같다가도, 막상 지면 울거나 화를 내니 다시 아직 이르다고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시간을 두고 보니 두 가지는 다르게 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규칙 있는 놀이에 관심을 보인다는 건 분명 사회성과 인지 발달 측면에서 의미 있는 변화이지만, 지는 결과를 받아들이는 힘은 또 따로 연습이 필요한 부분이었습니다.
즉, 이 시기의 핵심은 “규칙 있는 놀이를 좋아한다”와 “승부 결과를 편안하게 받아들인다”를 같은 수준으로 기대하지 않는 것입니다. 규칙을 따라가는 힘이 먼저 자랄 수 있고, 결과를 감정적으로 견디는 힘은 그보다 천천히 따라올 수 있습니다.
친구와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난 뒤에야, 왜 규칙 놀이에서 감정이 크게 흔들리는지도 조금 더 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습니다.

지는 경험이 힘든 건 오히려 자연스러운 흐름일 수 있습니다

부모가 가장 걱정하는 건 아마 이 부분일 겁니다.
“왜 지는 걸 이렇게 못 견디지?” 게임을 하다가 지면 화를 내고, 다시 해야 한다고 우기고, 심하면 규칙을 자기 쪽에 유리하게 바꾸려고 하면 부모는 순간적으로 버릇 문제로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물론 태도는 다듬어야 하지만, 이 시기의 반응을 전부 나쁜 습관으로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아이는 이 무렵 자기 기준과 자존감이 꽤 또렷해지는 시기입니다. 자기가 잘하고 싶고, 해내고 싶고, 이기고 싶은 마음도 분명합니다. 그래서 결과가 자기 기대와 다를 때 실망감이 더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어른은 “게임이니까 질 수도 있지”라고 쉽게 말하지만, 아이는 그 결과를 아직 훨씬 더 크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평소 자기 주장이 강하고, 하고 싶은 마음이 큰 아이일수록 승부에서 오는 감정 반응이 더 크게 드러날 수 있습니다. 저도 이 시기에는 게임이 즐거운 경험이 되길 바랐는데, 오히려 한 판 지고 난 뒤 분위기가 급격히 무거워지는 날도 있었습니다. 처음엔 “왜 이렇게 예민하지?” 싶었지만, 가만히 보면 아이는 규칙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지는 감정이 너무 커서 아직 다루기 어려운 상태에 가까웠습니다. 이걸 알고 나니 게임 태도를 바로 고쳐야 한다기보다, 아이가 결과를 견디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 보는 쪽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지는 걸 힘들어한다고 해서 너무 빨리 “게임을 아직 못 한다”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게임에 참여하고, 규칙을 기억하고, 다시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 안에서 결과를 받아들이는 힘도 천천히 자라날 가능성이 큽니다.

부모가 먼저 정해두면 좋은 기준이 있습니다

이 시기의 규칙 놀이에서는 부모 반응이 꽤 중요합니다. 아이가 질 때마다 일부러 져주거나, 결과를 흐리게 만들면 순간은 편할 수 있지만 오히려 게임의 의미가 흐려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너무 엄격하게 “졌으니까 받아들여”만 반복하면 아이는 게임 자체를 불안하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건 결과는 분명하게 두되, 감정은 안전하게 받아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지고 속상해하면 “속상했구나”는 먼저 받아주되, 결과를 다시 바꾸지는 않는 식입니다. “속상할 수 있어. 그래도 이번에는 여기까지야”처럼 짧게 말해주면, 아이는 감정은 이해받되 규칙은 그대로라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저도 이 시기에는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아이가 울지 않게 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감정을 느끼더라도 결과는 바뀌지 않는 경험을 조금씩 쌓는 것이 더 중요했습니다. 또 하나 도움이 되었던 건, 처음부터 너무 경쟁적인 놀이로 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규칙은 있지만 승부 감정이 과하게 커지지 않는 간단한 카드 맞추기나 순서 놀이처럼, 짧고 반복 가능한 놀이가 더 잘 맞았습니다. 이기고 지는 경험도 아주 작은 단위로 반복될 때 오히려 부담이 덜했습니다. 그리고 부모가 자꾸 결과만 평가하기보다, 규칙을 따라간 과정 자체를 짚어주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차례를 기다렸네”, “끝까지 했네”, “다시 해보려고 했네” 같은 말은 아이가 단순히 이기고 지는 결과만 보지 않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결국 이 시기에는 승패 자체보다 규칙 안에서 놀이를 이어가는 힘이 자라고 있다는 점을 함께 봐야 합니다. 결국 44개월 무렵 규칙 있는 놀이를 좋아하기 시작한 아이가 지는 걸 힘들어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라, 오히려 발달 과정 안에서 충분히 보일 수 있는 자연스러운 모습일 수 있습니다. 규칙을 받아들이는 힘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해서, 결과를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힘까지 동시에 완성되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부모는 그 차이를 이해하고, 감정은 받아주되 규칙은 유지하는 경험을 꾸준히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지는 경험을 견디는 시간이 쌓이면, 나중에는 실패 뒤에도 다시 시작해보는 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 HealthyChildren.org
  • CDC 발달 이정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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