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개월 아이 함께 노는 힘 자라날 때, 협력 놀이가 시작되는 신호는 무엇일까
처음에는 그냥 같은 공간에 있는 정도라고 생각했습니다. 놀이터에서 같은 미끄럼틀을 타고, 어린이집에서 같은 블록을 만지고, 같은 그림책을 옆에서 보고 있어도 사실은 각자 노는 느낌이 더 강했습니다. 가까이 있기는 해도 함께 논다고 보긴 어려운 장면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아이가 또래와 어울리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게 더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장면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같은 장난감을 두고 부딪히기만 하던 아이가, 어느 날은 친구가 쌓아놓은 블록 옆에 자기 블록을 이어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또 어떤 날은 역할놀이를 하며 “너는 이거 해”라는 말을 듣고 자기가 맡은 행동을 따라 하기도 했습니다. 완벽하게 규칙을 지키는 것도 아니고, 끝까지 평화롭게 이어지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 안에는 분명히 예전과 다른 결이 있었습니다. 혼자 노는 흐름에서 잠깐이라도 같이 해보려는 장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변화를 보면서 “이제야 사회성이 좋아졌나?”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기보다, 혼자 놀기와 같이 놀기 사이를 오가며 협력 놀이를 배우는 중이구나라는 쪽으로 이해하게 됐습니다. 이 시기 아이들은 갑자기 완성형 협력 놀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짧고 불완전한 순간들 안에서 함께 노는 힘을 연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42개월 무렵 보이는 협력 놀이의 신호가 어떤 것인지, 왜 아직 서툴러도 자연스러운지, 부모는 어떤 장면을 먼저 보면 좋은지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따로 놀던 장면 사이에 ‘같이’가 끼어들기 시작합니다
이 시기 전까지는 또래와 가까이 있어도 실제로는 각자 노는 시간이 더 많을 수 있습니다. 같은 놀이공간 안에 있지만, 자기 장난감에 집중하고 자기 흐름대로 움직이는 식입니다. 물론 그것도 관계 발달의 일부이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같이 노는 것 같지는 않은데 괜찮은 건가?” 싶은 마음이 들기 쉽습니다. 그런데 함께 노는 힘이 자라기 시작하면 아주 작은 변화들이 먼저 보입니다. 예를 들어 친구가 하던 놀이를 망치지 않고 옆에서 이어 붙이는 장면, 역할놀이에서 자기 차례를 잠깐 맡아보는 장면, 같은 목표를 두고 잠깐이라도 함께 움직이는 장면들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중요한 건 오래 잘하는 것이 아니라, 놀이 안에서 잠깐이라도 상대 흐름을 받아들이는 순간이 생기기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 변화를 잘 못 알아봤습니다. 같이 논다고 하면 길게 웃으며 계속 붙어 있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아주 짧은 순간들이 먼저 보였습니다. 친구가 자동차를 밀면 옆에서 따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든지, 블록 집을 만들 때 자기도 블록 하나를 가져다 놓고 멈춰선다든지, 소꿉놀이에서 그릇 하나를 건네받고 잠깐 역할을 해보는 식이었습니다. 그 장면들이 반복되기 시작하면서 “같이 논다”의 시작은 생각보다 작고 짧구나 하고 느끼게 됐습니다. 즉, 이 시기의 협력 놀이는 완성된 형태가 아니라 따로 놀기 사이에 함께하는 순간이 조금씩 끼어드는 과정에 더 가깝습니다. 부모가 그 작은 장면을 알아보면, 아이의 사회성도 훨씬 더 입체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왜 이렇게 자주 싸우지?” 하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면, 그 걱정을 조금 다르게 보게 만드는 글이 바로 아래 내용입니다.
아직 자주 부딪혀도, 협력 놀이가 시작된 신호일 수 있습니다
부모가 가장 헷갈리는 이유는, 같이 노는 장면이 생겼다가도 금방 다시 부딪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방금까지 같이 웃으며 놀던 아이가 갑자기 장난감을 두고 다투고, 역할을 나누다가 마음에 안 들면 금방 자기 뜻을 밀어붙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결국 또 싸우는데 이걸 같이 노는 거라고 봐도 되나?” 싶은 마음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시기의 협력 놀이는 갈등이 없는 상태라기보다, 갈등이 생겨도 관계 안에 머물러 보려는 시도가 생기는 상태에 더 가깝습니다. 완벽하게 양보하고 순서를 지키는 게 아니라, 충돌이 있어도 다시 가까이 가고, 놀이를 완전히 끊지 않고, 잠깐이라도 상대 흐름을 다시 받아보는 장면이 있으면 그 자체로 꽤 의미 있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저도 아이가 친구와 역할놀이를 하다가 갑자기 “내가 할래”를 외치며 흐름을 깨는 모습을 자주 봤습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아직 같이 놀기는 이르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그 뒤에 다시 친구 옆으로 가거나, 중간에 어른이 짧게 도와주면 또 놀이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그걸 보면서 협력 놀이는 “처음부터 잘하는 것”보다 깨졌다가도 다시 이어보는 힘과 더 관련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시기를 지나며 부모가 먼저 바꾸면 좋은 질문도 있습니다.
“왜 아직도 같이 못 놀지?”보다
“같이 놀려는 순간이 얼마나 생기고 있지?”
이렇게 바꾸면 아이를 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집니다. 갈등 장면만 남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숨어 있는 협력의 시작도 보이기 때문입니다.
부모는 결과보다 장면을 먼저 읽어주는 편이 좋습니다
이 시기 부모가 쉽게 하게 되는 건, 놀이가 잘 끝났는지만 보는 것입니다. 끝까지 싸우지 않았는지, 양보를 잘했는지, 차례를 지켰는지 같은 결과에만 눈이 먼저 갑니다. 물론 그런 것도 중요하지만, 이 무렵에는 결과보다 놀이 중 어떤 장면이 지나갔는지를 먼저 읽어주는 편이 더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친구가 하던 놀이 옆에 조용히 끼어든 순간, 역할 하나를 맡아본 순간, 친구가 준 물건을 받아서 잠깐 이어간 순간, 부딪혔다가도 다시 가까이 간 순간 같은 장면은 결과와 별개로 꽤 중요합니다. 부모가 그런 장면을 알아보고 마음속으로라도 짚어볼 수 있으면, 아이 사회성을 훨씬 더 안정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저는 이 시기에 아이를 보며 “오늘도 싸웠다”만 남는 날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떠올리면 그 안에 다른 장면이 있었습니다. 먼저 웃으며 다가간 순간, 친구가 하는 걸 따라 해본 순간, 같이 웃었던 짧은 시간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걸 보기 시작하니 아이 관계가 훨씬 덜 불안하게 느껴졌습니다. 완성형 친구 관계는 아니어도, 같이 있는 법을 배우는 중이라는 흐름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일도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아이가 협력 놀이를 완벽하게 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런 작은 순간이 생겼을 때 지나치지 않고 알아봐 주는 것입니다. “같이 했네”, “친구랑 이어서 했구나”, “같이 만들어봤네” 같은 짧은 말만으로도 아이는 자기가 하고 있던 행동이 어떤 의미였는지 조금 더 분명히 느낄 수 있습니다. 결국 이 시기의 협력 놀이는 갑자기 생기는 능력이 아니라, 따로 놀기와 부딪힘 사이에서 조금씩 자라는 관계의 힘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아직 서툴고 자주 깨져도 너무 이르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 안에서 함께하려는 장면이 보이기 시작했다면, 아이는 이미 다음 단계로 가고 있는 중일 수 있습니다.
“같이 놀기는 시작했는데, 이제는 규칙을 받아들이는 게 또 어렵네” 싶은 시기에는 아래 글도 함께 읽어보시면 좋습니다.
<참고자료>
-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 HealthyChildren.org
- CDC 발달 이정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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